1. 사건 개요
A씨는 아파트를 알아보기 위해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어가서 매물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부동산중개인은 “매물로 나온 아파트가 거의 없고 이것도 금방 나갈 수 있으니 살 거면 지금 바로 결정하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A씨는 즉석에서 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매수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식 계약서는 며칠 뒤에 쓰기로 하고서 부동산중개인은 A씨와 아파트 소유자인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A씨는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따라 그 자리에서 가계약금으로 1억 원을 B씨에게 송금했습니다.
그러나 A씨의 자금융통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이에 A씨는 이틀 뒤 부동산중개인에게 전화해서 “자금융통에 문제가 생겼다. 계약일을 조금 미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부동산중개인은 A씨에게 “B씨가 일주일간 기다리고 일주일 뒤에도 계약서 작성이 안되면 계약은 해제되고 선지불금 1억 원은 위약금으로 간주되어 B씨에 귀속된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뒤에도 A씨는 자금융통이 되지 않아 다시 부동산중개인에게 연락해서 자금 마련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에 부동산중개인은 위 아파트를 다시 매물로 내놓아 새로운 매수인을 구했고 B씨는 그 새로운 매수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씨는 부동산중개인을 통해서 여러 차례 B씨에게 1억 원을 반환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B씨는 반환을 거부했습니다. A씨는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고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변호사의 답변에 따라 결국 1억 원을 포기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A씨는 다른 사건으로 저희 사무소를 찾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위 사건에 대해서도 문의를 했습니다. 저희 사무소는 법리분석과 저희가 전에 맡았던 다른 사건의 경험에 기초해서 1억 원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A씨는 반신반의하다가 저희 사무소에 소송을 맡겼습니다. 이에 저희 사무소는 A씨를 대리하여 B씨를 상대로 1억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주요 쟁점
(1)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
A씨와 B씨 사이에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가 다투어졌습니다. A씨와 B씨 사이에 합의된 사항이 무엇인지, 이에 따라 B씨가 A씨에게 어떠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저희는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중요사항에 대해서 의사의 합치가 필요한데, A씨와 B씨는 부동산중개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 계약의 중요사항에 대해서 협의한 바가 없고 별도로 계약서 작성일을 정했기 때문에 아직 확정적인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따라서 B씨가 1억 원을 보유할 계약상의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하여 B씨측은 A씨와 B씨 사이에 매매당사자, 매매목적물, 매매대금, 계약금 및 매매대금의 지급시기와 방식이 정해졌으므로 매매계약이 정당하게 성립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2) 지급된 1억 원의 법적 성격
A씨가 B씨에게 지급한 1억 원의 법적 성격이 다투어졌습니다. 이른바 가계약금이 법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최종적으로 계약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가계약금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특히 가계약금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위 1억 원은 장차 계속될 매매계약 교섭의 기초로 지급한 증거금의 성격으로서 이를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하기 위해서는 A씨와 B씨 사이에 별도의 해약금 또는 위약금 합의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러한 합의가 없었고, 따라서 B씨가 1억 원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의 명목으로 몰취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하여 B씨측은 A씨와 B씨 사이에 해약금 내지 계약금반환청구권의 포기 또는 위약벌 약정이 성립되었으므로 1억 원이 B씨에게 귀속된다고 주장했습니다.
3. 판결 결과
법원은 저희가 주장한 내용을 인정하여 A씨와 B씨 사이에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았고, 가계약금을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약정도 없었으므로 B씨가 법률상 원인 없이 1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어서 1억 원을 A씨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더 나아가 B씨는 A씨에서 1억 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이자)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부동산 거래 관행상 가계약은 확정적인 매매계약이 아닌 계약 협상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여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것은 증거금의 성격일 뿐 이를 당연히 해약금 또는 위약금으로 볼 수 없고, 설사 B씨의 주장대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위약금 약정의 체결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별도의 위약금 약정이 성립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B씨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고, 항소심 법원 역시 B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4. 실무상 주의할 점
대법원 판례는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간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기로 약정했음이 명백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이를 매도하려는 사람에게 가계약금을 지급한 경우 양당사자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이 명백히 인정되지 않는 한 매수하려는 사람이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하더라도 매도하려는 사람에게 가계약금이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사안마다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가계약금의 수수 무렵 부동산중개인이 양당사자에게 “정식 계약서 작성 전까지 매도인은 입금액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입금액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는 문구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하급심 판례 중에는 이러한 문구를 이유로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한 사례도 있고, 이러한 문구에도 불구하고 해약금 약정이 없다고 한 사례도 있습니다.
부동산 계약에 관한 사건은 관련 법률 및 판례의 법리를 명확히 알아야 하고, 이와 함께 해당 사안의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하여 기존 판례의 사례들과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분석한 뒤 법원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정확한 법리 분석과 세부적인 사실관계의 해석과 증명이 승패를 결정지었습니다.
A씨는 법률자문을 받은 뒤 1억 원을 포기한 상태였지만, 저희 사무소를 찾았다가 우연히 이 사건에 대해서도 문의를 하면서 기대하지 않던 1억 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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