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오는 계절입니다. 아파트, 상가와 같은 집합건물이 많은 우리나라 건축환경의 특성상 누수분쟁이 생기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 주택의 약 79%가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의 공동주택입니다. 작년 주택 건축허가 중 90% 이상이 아파트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새로 짓는 주택 건물의 90% 이상이 아파트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사용승인 후 2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의 비율이 약 54%에 달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 주택의 비율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서 노후 주택의 비율이 매년 약 2%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상가건물도 대부분 집합건물이고, 상가용 집합건물이 노후화 되는 추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집합건물에서 누수는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고 많은 경우 의도하지 않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파트, 빌라, 상가 등 집합건물에서 살거나 영업하는 한 누구나가 잠재적인 누수가해자가 될 수 있고 누수피해자도 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누수가해자가 된 적도 있고, 누수피해자가 된 적도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크고 작은 누수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고, 직접 누수 문제를 겪고 계신 다른 변호사님들로부터 조언을 요청받은 일도 많습니다. 누수 소송으로 법원에 갔을 때 담당 판사님 또는 조정위원님으로부터 본인이 직접 겪은 누수 경험을 듣기도 합니다.
이웃간 누수가 발생했을 때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소송을 하게 되면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뿐만 아니라, 감정료, 변호사보수 등의 비용부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재판 중에 누수원인과 손해금액을 확인하기 위한 감정을 하게 되는데 그 감정료 금액이 꽤 큽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서 당사자 중 일방 또는 쌍방은 합의로 해결했었더라면 굳이 지출하지 않았을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소송을 통하여 법원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누수피해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누수로 인한 피해 물품이 고가의 물품이거나 누수로 인한 영업손실액이 커서 손해배상금액에 대한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누수원인에 대하여 쌍방의 의견 차이가 현저하게 큰 경우 등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서로 협의하고 양보하여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수 사고가 소송으로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첫 대면 또는 첫 전화통화에서 감정이 격앙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 보통의 상식에서 벗어난 대응을 할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 협의해서 원만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격해져서 ‘말도 섞기 싫다‘고 할 정도로 돌이킬 수 없는 교착상태가 되면 서로 협의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둘째, 신속히 누수의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누수의 원인을 알아야 조기에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누수의 진행을 막아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누수피해자의 피해가 적어야 누수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속히 누수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됩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쌍방이 합의해서 누수탐지 업체를 선정한 뒤 누수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누수 사례를 경험하다 보면 몇 가지 증상과 정황으로도 어느 정도 누수원인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누수탐지 업체를 선정할 때도 경험이 많고 체계적인 기법을 사용하는 업체를 선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재검사 또는 재공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법적으로 누구에게 어떠한 책임이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누수피해자가 입은 피해 중 어디까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만약 합의가 결렬되어 소송을 하게 될 경우 어떠한 결과가 예상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법을 잘못 알고 있거나 불분명하게 알고 있다면, 제대로 된 협상을 하기도 어렵고 합의가 성립하기도 어렵습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필요한 경우 전문 변호사와 상담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누수가해자와 누수피해자가 함께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글쓴이: 임채룡 (건축기사, 부동산전문변호사, 건설전문변호사)